그것은 도대체 몇 번째 슬픔의 도시였을까. 태어나서부터 줄곧, 슬픔의 도시만을 통과해온 느낌이었다. 어째서 이렇게 번번이, 먼 길을 힘겹게 걸어 도달하는 곳이 슬픔의 도시들인지, 나는 잘 알 수가 없었다. 길을 걸을 떄면 어디에라도 서둘러 도착하고 싶어진다. 도착만 하면, 이번에는 좀 더 나은 삶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. 그러나 예상은 언제나 빗나갔다. 어디에 정착할 것인가, 하는 것은, 내가 결정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. 도시들은 어느 순간 내 눈앞에 나타나서, 기다렸다는 듯이 스윽, 하고 나를 끌어들인다. 나는 그저 빨려 들어갈 뿐이다. 오랜 여행으로 인해 지칠 대로 지쳐 있기 때문에, 저항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. 이번에는 나을 수도 있어, 하고 도시가 나를 끌어가는 대로 맡겨버리는 경우도 있지만.
좀더 나은 곳까지 가고 싶다. 제대로 된 곳에서 살고 싶다.
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길을 걷는다. 이 길은 지독히 단조롭다. 나무도 풀도 꽃도 새도 강도 산도 없다. 벌레 한 마리 보이지 않는다. 눈을 들면 저기 먼 곳에, 아득한 지평선이 열려 있을 뿐이다. 나는 앞을 볼 수 없는 험한 산속을 헤매어보기도 했지만, 그때도 지금만큼 절망적이지는 않았다. 그렇게 험한 산을 헤집고 나가면 편안한 길이 다시 열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. 그러나 지금 내 눈앞에는 아무것도 없다. 설혹 내가 저 지평선까지 걸어갈 수 있다 해도,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. 게다가 그전에 나는 지쳐 쓰러져버릴 것이다. 그런데 왜 나는 아픈 다리를 참으며 계속 걷고 있는가. 이 세상에 기쁨의 도시 따위는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. 기쁨의 도시는커녕, 슬픔의 도시조차 보이지 않는 이 망망한 길을, 왜 걷고 있는가.
/ 황경신, <지평선 너머로 해가 지다>
해야 할 일 정리
~ 7/1 주희 커미션 마감
이번 달 안으로 친구들한테 편지 쓰기
올해 안으로 단편 하나 쓰기 (이건 희망사항)
급한 건 대략 이 정도
까먹지 말 것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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